아시안게임 애국가 대신 북한 국가 연주…한국 하키 5-0 승리보다 남은 질문
지난 8월 25일, 서울 마포구의 한 컨벤션센터에 태극마크를 단 선수 40여 명이 모였어요. 곧 열릴 아시안게임에 나갈 국가대표 선수단이 모여 다짐하는 자리, 이른바 ‘출정식’이었지요. 그런데 이 선수들이 준비하는 종목이 조금 특별해요. 축구도, 수영도 아닌 ‘게임’이거든요. 바로 ‘이스포츠’예요.
“게임하는 걸 스포츠라고 부른다고?” 하고 고개를 갸웃하는 분도 계실 거예요. 그런데 이제 이스포츠는 어엿한 아시안게임 정식 종목이 됐어요. 오늘은 게임이 어떻게 ‘진짜 스포츠’가 됐는지, 그리고 이 국가대표팀에 왜 그렇게 큰 관심이 쏠리는지 쉽게 풀어드릴게요.이스포츠가 아시안게임에 처음 등장한 건 2018년이에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에서 이스포츠는 ‘시범 종목’으로 소개됐어요. 시범 종목이란, 정식으로 인정받기 전에 “한번 보여드릴게요” 하고 먼저 선보이는 종목을 말해요. 그래서 이때는 메달을 따도 국가별 순위에는 들어가지 않았어요.
그러다 2022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아시안게임(코로나 때문에 실제로는 2023년에 열렸어요)부터 이스포츠는 드디어 ‘정식 종목’이 됐어요. 정식 종목이 되면 다른 스포츠와 똑같이 메달 수도 순위에 정식으로 들어가요. 이때 한국은 인기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 종목에서 대만을 2대 0으로 꺾고 우승했어요. 예선부터 결승까지 한 번도 안 지고 우승한, 아주 시원한 승리였답니다. 이스포츠가 정식 종목이 된 첫 대회에서 딴 첫 금메달이라 의미가 더 컸어요.
이때 재미있는 이야기가 하나 있어요. 이 종목에서 가장 유명한 선수인 ‘페이커’(본명 이상혁) 선수는 사실 결승전에 나오지 못했어요. 대회 도중 몸살이 심하게 났거든요. 그런데도 함께 준비한 다른 선수(쵸비 선수)가 그 자리를 훌륭히 채웠고, 팀은 흔들림 없이 우승을 지켜냈어요. 한 명의 스타 선수만이 아니라, 팀 전체가 함께 만든 우승이었던 거예요.
그리고 2026년 9월 23일부터 10월 2일까지, 일본 아이치현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에 이스포츠 국가대표팀이 다시 도전해요. 이번에는 리그 오브 레전드뿐 아니라 포켓몬 유나이트,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격투 게임 등 9개나 되는 게임 종목이 열려요. 우리나라 대표팀은 이 9개 종목 모두에서 메달을 따는 걸 목표로 세웠다고 해요.
페이커 선수도 다시 태극마크를 달았어요. 지난 8월 출정식에서 그는 이렇게 말했어요. “지켜보는 국민에게 자부심을 드리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개인적으로 이번 아시안게임은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할 것 같다.” 벌써 여러 해째 최고 자리를 지키고 있는 선수가 국가대표로서 다시 한번 도전하는 모습이, 많은 게임 팬들에게 큰 응원을 받고 있어요.
야구나 축구는 몸을 움직여서 하는 운동이잖아요. 그런데 게임은 앉아서 손으로만 하는데, 왜 스포츠라고 부를까요? 이스포츠 선수들도 다른 운동선수처럼 오랜 시간 훈련을 해요. 눈과 손의 빠른 움직임, 순간적인 판단력, 팀원과의 호흡까지 모두 갈고닦아야 하지요. 큰 대회에서는 수만 명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고, 그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인터넷 중계로 함께 지켜봐요. 응원하고, 함께 아쉬워하고, 함께 기뻐하는 모습은 축구장이나 야구장 풍경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이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나이가 무척 넓다는 거예요. 처음에는 젊은 세대만의 문화라고 여겨졌지만, 이제는 자녀나 손주와 함께 화면을 보며 응원하는 부모님, 할머니, 할아버지도 많아졌어요. 게임이라는 놀이가 온 가족이 함께 응원하는 ‘국가대표 경기’로 자리 잡은 셈이에요.
이제 곧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의 막이 올라요. 우리 대표팀이 9개 종목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페이커 선수를 비롯한 선수들이 어떤 명장면을 만들어낼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손끝에서 시작된 이야기가 온 국민을 하나로 모으는 응원으로 이어지는 것, 이것도 스포츠와 문화가 만나는 또 하나의 멋진 방식이 아닐까요.